옥희
OKHEE: Mother in Law


세상에는 여러 형태의 만남이 있다. 내가 소박하고 정 많은 시어머니와 만난 건 행운이다. 살면서 정이 가고 마음이 끌리는 사람이 있는데 어머니가 그렇다.

그분의 무뚝뚝한 말투와 챙겨 주시는 음식이 내겐 살아가는 힘이다.

일복을 타고 나서 장녀로 살림을 도맡으셨고,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삼십여년 홀로 농사 지으셨다.

봄이면 들에서 뜯어 온 쑥으로 만든 쑥떡은 어머니의 사랑 그 자체이다. 철이 지나도 맛볼 수 있게 쑥을 데쳐서 냉동실에 넣어 두시는데, 그 마음이 고마울 따름이다. 건강이 좋지 않았던 몇 해 동안은 시골에 갈 수 없었고 어머님도 뵐 수 없었는데, 어느 날 농산물을 한아름 친척 편에 보내셨다.

많은 보따리 중에서 참깨 묶음 속에 만져지는게 있었다. 바로 오만원권 지폐였다. 어머님은 지폐 열장을 접어서 비닐에 넣고 다시 참깨로 덮어 보내셨다.

그 해 어머님 일터에서 받은 한달치 월급이다.

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다 내어 주시는 나의 어머님. 고소한 참깨 냄새가 퍼지며 가슴이 뭉클해지더니 와락 눈물이 났다. 아이들은 옆에서 탄성을 지른다.

전화 드리니 한약 한 첩 해 먹으라 하신다. 이런 감동의 순간이 살면서 몇 번이나 있을까? 마음속 깊이 느낀 감정은 오래도록 각인된다.

나를 어여삐 여겨 주시는 어머니를 만나 행복하다. 꾸밈없이 선하고 욕심없는 어머님께 좋은 건 다 해 드리고 싶다.

어머님이 일하실 때 일을 돕기 보다 카메라를 들고 따라 다니는 까닭은 어머님의 마음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.